내 집 마련 vs 월세+주식 투자, 20년 후 진짜 부자는 누구일까?
들어가며
“집 사는 게 맞냐, 틀리냐.”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재테크 논쟁입니다. 특히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15억 원을 돌파한 2025년 말 이후, 이 질문은 더욱 현실적인 무게를 갖게 됐습니다.
집을 사면 자산이 늘어난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까요? 팔지 않으면 쓸 수 없는 돈이고, 내 집이 오르면 다음에 이사 갈 집도 같이 오릅니다. 반면 월세로 살면서 여유 자금을 S&P500에 투자하면 어떨까요?
이 글에서는 동일한 초기 자본 9억 원을 가진 두 사람이 각각 집을 사거나, 월세에 살며 투자하는 경우를 20년 시뮬레이션으로 비교해봤습니다.
핵심 전제: 부동산은 정말 자산인가?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뉴스를 들으면 집주인은 부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하지만 아래 두 가지 현실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1주택 실거주자에게 집값 상승은 장부상 이익일 뿐, 다른 집으로 옮기려 해도 목적지 집값도 같이 올라 실질적인 부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뮬레이션 설계
공통 조건
| 항목 | 값 |
|---|---|
| 초기 보유 현금 | 9억 원 |
| 시뮬레이션 기간 | 20년 |
| S&P500 수익률 (KRW 기준) | 연 11.1% (USD 10% + 환율 약세 1%) |
시나리오 A — 집 매수
| 항목 | 값 |
|---|---|
| 서울 아파트 가격 | 15억 원 (2025년 말 평균) |
| 자기자본 | 9억 원 |
| 대출금 | 6억 원 (규제지역 최대 한도) |
| 대출 금리 | 연 5%, 30년 원리금균등상환 |
| 취득세 등 | 5,250만 원 (3.5%) |
| 집값 연간 상승률 | 3% / 5% / 7% (3가지 시나리오) |
| 재산세 + 건보료 + 유지비 | 연간 집값 × 0.83% |
시나리오 B — 월세 + S&P500 투자
| 항목 | 값 |
|---|---|
| 보증금 | 1억1,307만 원 (2025년 서울 준월세 평균) |
| 월세 | 149만 원/월 (2025년 서울 준월세 평균) |
| 월세 상승률 | 연 3% |
| 초기 S&P500 투자금 | 7억8,693만 원 (9억 − 보증금) |
| 월세 절감분 추가 투자 | 매월 차액을 S&P500에 재투자 |
차액 재투자 원칙: 두 시나리오 중 월 지출이 적은 쪽의 절감분을 매달 S&P500에 추가 투자합니다.
월 주거비: 얼마나 차이나나?
초기 월 지출을 비교하면 차이가 극명합니다.
| 항목 | 집 매수 (A) | 월세+투자 (B) |
|---|---|---|
| 대출 원리금 | 322만 원 | — |
| 재산세 (월할) | 21만 원 | — |
| 건강보험료 (재산분) | 18만 원 | — |
| 수선유지비 | 38만 원 | — |
| 월세 | — | 149만 원 |
| 합계 | 약 401만 원 | 149만 원 |
| 월 차액 | — | +252만 원 절약 |
시나리오 B에서는 매달 252만 원이 남고, 이 돈이 S&P500에 추가로 투자됩니다. 집값 상승에 따라 재산세·유지비도 오르기 때문에 20년 후 집 매수의 월 지출은 약 498만 원까지 늘어납니다.
20년 후 순자산 시뮬레이션
| 시나리오 | 20년 후 순자산 |
|---|---|
| 집 매수 (집값 연 3%) | 약 32억 원 |
| 집 매수 (집값 연 5%) | 약 37억 원 |
| 집 매수 (집값 연 7%) | 약 47억 원 |
| 월세 + S&P500 투자 | 약 94억 원 |
집값이 연 7% 상승하는 낙관 시나리오에서도 S&P500 투자 전략이 약 47억 원 우위입니다.
집 보유의 숨겨진 가치
수치만 보면 투자 전략의 압승처럼 보이지만, 집 보유에는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 가치가 있습니다.
1. 실거주 효용가치
내 집에서 사는 것은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 이상입니다. 마음대로 인테리어하고, 반려동물을 키우고,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습니다. 월세 거주자는 계약 만료 시 이사 위험, 임대인의 일방적 조건 변경 등 주거 불안정성을 항상 안고 삽니다.
2. 강제 저축 효과
월 322만 원의 대출 원리금은 절반 이상이 원금 상환입니다. 소비 욕구를 억제해주는 강제 저축 장치로 작동하며, 투자 규율을 유지하기 어려운 분들께는 오히려 유리한 구조입니다.
3. 1주택 양도세 비과세
2년 이상 보유·거주한 1주택은 12억 원 초과분에만 양도세가 부과됩니다. 반면 S&P500 투자 수익은 금융투자소득세(22%) 과세 대상입니다. 세후 실수익을 고려하면 집 매수 전략이 세금 면에서 유리합니다.
4. 레버리지 확대 효과
6억 원을 빌려 15억 자산을 보유하면, 집값 5% 상승 시 자기자본 9억 대비 실질 수익률은 약 8.3%, 집값 7% 상승 시에는 약 11.7% 로 S&P500에 근접합니다.
5. 인플레이션 헤지
부동산은 실물 자산으로 화폐 가치 하락에 직접 방어합니다. 금융 자산은 명목 수익률이 높아도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실질 수익률이 희석될 수 있습니다.
월세+투자 전략의 리스크
월세 생활이 수익률에서 앞선다고 해서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닙니다.
특히 S&P500이 10년 이상 저수익을 기록한 사례도 있습니다. 2000년 닷컴버블 붕괴 후 S&P500은 2013년까지 원점 회복에 13년이 걸렸습니다. 이 기간 동안 집을 샀다면 오히려 집 매수가 유리했을 수 있습니다.
또한 S&P500은 달러 자산이므로 원화 강세 시 환율 손실이 발생합니다. 한국 투자자에게 환율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변수입니다.
손익분기점 분석
초기 조건(9억 자본, 6억 대출, 15억 집)에서 S&P500(연 11.1%)과 20년 후 순자산이 같아지려면, 집값은 약 연 10.8% 이상 상승해야 합니다.
서울 아파트의 최근 10년 평균 상승률은 연 약 7~8%이므로, 장기 평균적으로는 S&P500 투자 전략이 앞서는 구조입니다.
나에게 맞는 전략은?
두 전략 중 하나가 절대적으로 옳은 건 아닙니다.
집 매수가 유리한 경우
- 가족과 안정적인 거주 환경이 최우선인 경우
- 투자 변동성에 심리적으로 취약한 경우
- 서울 핵심 입지 접근 가능한 경우
- 대출 상환을 통해 강제 저축 효과를 원하는 경우
월세+투자가 유리한 경우
- 직장·생활 환경 변화 가능성이 높아 이동성이 중요한 경우
- 장기 투자 원칙을 지킬 수 있는 심리적 안정성이 있는 경우
- 현재 보유 자금으로 원하는 입지의 집을 살 수 없는 경우
- 유동성(현금화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경우
⚠️ 이 시뮬레이션의 한계
이 분석은 과거 통계를 기반으로 한 추정이며, 다음과 같은 한계가 있습니다.
- S&P500 연 10% 수익률: 과거(특히 2010~2024년) 수익률 기준이며, 미래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 집값 연 5% 상승: 서울 아파트의 장기 평균이지만, 지역·시기별 편차가 큽니다.
- 환율 연 1% 원화 약세: 정치·경제 상황에 따라 반대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 세금 변화 미반영: 금융투자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 세제는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 금리 변동 미반영: 5% 고정금리 가정이지만, 변동금리 시 월 상환액이 달라집니다.
- 인간적 요소 미반영: 투자 심리, 공황 매도, 강제 저축 효과 등은 수치로 표현 불가합니다.
결론적으로, 이 시뮬레이션은 “어떤 조건이 되어야 집 매수가 유리한가"를 이해하는 사고 실험으로 활용하되, 실제 투자 결정 시에는 전문가 상담과 개인 상황을 함께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마치며
집은 단순한 금융 자산이 아닙니다. 삶의 터전이자, 가족의 공간이며, 심리적 안전망입니다. 그러나 순수 수익률 측면에서는 “집값 상승분은 1주택자에게 실질적 부의 증가가 아닐 수 있다"는 직관이 수치로도 뒷받침됩니다.
S&P500 복리의 힘은 서울 아파트 레버리지 효과를 장기적으로 압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전략이든 꾸준함이 가장 중요합니다. 집이든 주식이든, 20년을 흔들리지 않고 지킬 수 있는 전략이 최선입니다.
데이터 출처: 한국부동산원(서울 아파트 평균가·월세), 금융위원회(대출 규제), S&P Global(S&P 500), 한국거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