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에는 나이도, 직업도, 배경도 없다.” — BGT가 18년간 증명해온 것.
이 글에서 다루는 내용
- BGT가 어떤 프로그램인지, 포맷과 역사 간략 소개
- BGT가 배출한 슈퍼스타 Top 5
- 우승하지 못해도 잊히지 않는 인물들
BGT란 어떤 프로그램인가?
브리튼즈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 BGT) 는 사이먼 코웰이 기획한 영국 ITV의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2007년 첫 방영 이후 매년 봄 편성되며, 2026년 현재 18시즌을 이어오고 있다. 미국판 America’s Got Talent와 같은 Got Talent 프랜차이즈의 영국 버전이며, 진행은 국민 MC 듀오 앤트 앤 덱(Ant & Dec)이 맡아왔다.
심사위원단의 핵심은 단연 사이먼 코웰. 여기에 시즌마다 아만다 홀든, 알리샤 딕슨, 데이비드 월리엄스, 피어스 모건 등이 함께했고, 2023년부터는 브루노 토니올리가 합류했다.
BGT만의 특징: 장르 제한 없는 완전 개방형
대부분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수 발굴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BGT는 노래, 댄스, 마술, 코미디, 서커스, 동물 공연까지 장르 제한이 없다. 누구든, 어떤 재능이든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게 핵심 철학이다.
골든 버저 시스템
2014년 시즌 8부터 도입된 골든 버저는 심사위원 또는 진행자가 특정 참가자를 즉시 결선 라운드로 직행시키는 제도다. 한 시즌에 극히 소수만 받을 수 있어, 골든 버저 순간은 그 자체로 하이라이트 영상이 된다.
로얄 버라이어티 공연
BGT 우승자는 영국 왕실 앞에서 펼쳐지는 로얄 버라이어티 퍼포먼스에 출연할 권리를 갖는다. 단순한 오디션을 넘어 영국 문화의 중심에 서는 순간이기도 하다.
슈퍼스타 Top 5
1. 폴 포츠 (Paul Potts) — 2007년 초대 우승자
BGT 역사는 폴 포츠에서 시작한다. 영국 카폰 웨어하우스(핸드폰 매장)의 평범한 직원이었던 그가 무대에 오르는 순간, 심사위원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첫 소절이 울려 퍼지는 순간 — 좌중이 침묵했다.
푸치니 오페라 Nessun Dorma를 완벽하게 소화한 그는 사이먼 코웰로부터 “오늘 당신이 이 쇼를 이겼어요”라는 말을 들었고, 시즌 초대 우승자가 됐다. 이후 데뷔 앨범은 13개국 차트 1위를 기록했고, 그의 인생 이야기는 제임스 코든 주연의 전기 영화 One Chance(2013)로 제작됐다.
“BGT는 내 인생을 바꿨어요. 저는 그냥 핸드폰을 팔던 사람이었거든요.”
2. 수잔 보일 (Susan Boyle) — 2009년 준우승, 역대 최대 성공 스토리
BGT 역사상 가장 극적인 반전의 주인공. 스코틀랜드 시골 출신의 47세 무명 여성이 무대에 올랐을 때, 객석과 심사위원석에서는 작은 비웃음이 흘렀다. 하지만 레 미제라블의 I Dreamed a Dream 첫 소절이 터지는 순간, 그 모든 반응이 기립 박수로 뒤집혔다.
방송 이후 9일 만에 오디션 영상 1억 뷰를 돌파했고,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했다. 결선에서 다이버시티에게 밀려 준우승에 그쳤지만, 이후 발표한 데뷔 앨범은 역대 영국 최고 판매 데뷔 앨범이 됐다. 지금까지 총 2500만 장의 앨범을 팔았다.
우승조차 못 했는데 BGT 역대 최대 성공 스토리가 된 것, 그게 수잔 보일이다.
3. 조지 샘슨 (George Sampson) — 2008년 우승자
당시 불과 만 14세. 빗속에서 Singin’ in the Rain 리믹스에 맞춰 스트리트 댄스를 선보인 그는 시즌 2를 제패했다. 그가 사용한 음악은 방송 직후 영국 차트 1위로 재진입했고, 조지는 10대 스타가 됐다. 이후 배우로 전향해 드라마 《워털루 로드》와 뮤지컬 《에브리바디즈 토킹 어바웃 제이미》에 출연하며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이어갔다.
4. 다이버시티 (Diversity) — 2009년 우승자
수잔 보일이라는 압도적인 열풍을 뚫고 결선에서 역전 우승한 런던 출신 댄스 트루프. 리더 애슐리 반조는 지금도 BGT 무대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우승 이후 15회 이상의 투어를 소화하며 현역으로 활동 중인 BGT 출신 팀이기도 하다.
2009년 시즌은 BGT 역대 최고 시청률 시즌이었다. 평균 1330만 명 이상이 시청했는데, 수잔 보일 열풍이 그 중심에 있었다.
5. 로렌 알레드 (Loren Allred) — 2022년 골든 버저
우승자가 아닌, 골든 버저 수상자가 Top 5에 이름을 올리는 건 이례적이다. 하지만 로렌 알레드의 이야기는 그만한 자격이 있다.
《위대한 쇼맨》(2017) OST의 핵심 넘버 Never Enough. 이 곡을 실제로 부른 사람이 바로 로렌이다. 하지만 세상은 화면 속 레베카 퍼거슨의 얼굴만 기억했고, 로렌의 이름은 수년간 묻혀 있었다.
2022년 BGT 무대에 올라 “제 목소리를 들어보셨을 거예요, 하지만 제 얼굴은 모르실 겁니다”라고 말하며 노래를 시작한 순간, 심사위원 아만다 홀든이 두 손으로 골든 버저를 눌렀다. 해당 영상은 5700만 뷰를 돌파했다.
로렌 알레드와 레베카 퍼거슨의 *Never Enough* 비하인드 스토리
로렌 알레드와 레베카 퍼거슨의 Never Enough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이전 포스트를 참고해 보세요.
우승하지 못해도 잊히지 않는 사람들
코니 탤벗 (Connie Talbot) — 2007년 결선 진출, 만 6세
BGT 역사상 가장 어린 결선 진출자. 만 6세의 코니는 Over the Rainbow를 불러 사이먼 코웰에게 “pure magic”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결선에서 폴 포츠에게 졌지만, 그 이후 이야기가 더 흥미롭다.
데뷔 앨범 Over the Rainbow는 한국, 홍콩, 대만에서 차트 1위를 기록하며 아시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영국 본국보다 오히려 아시아에서 먼저 슈퍼스타가 된 것이다. 당시 한 매체는 아예 “한국에서 그녀는 슈퍼스타”라고 보도했을 정도였다.
10세이던 2010년에는 G20 정상회의 개막식 무대에 서기 위해 한국을 방문해 세계 정상들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오프라 윈프리 쇼에도 출연했고, 비욘세 프로듀서 토비 개드와 LA에서 작업하기도 했다. 2019년에는 성인이 된 모습으로 BGT: The Champions에 출전해 오리지널 곡을 선보였다.
6살 꼬마가 세계 정상들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 — BGT가 아니었다면 상상도 못 할 이야기다.
샤힌 자파르골리 (Shaheen Jafargholi) — 2009년 결선 7위, 만 12세
웨일스 출신의 이란계 소년, 12세. 오디션 무대에서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Valerie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사이먼 코웰이 중간에 멈춰 세웠다. 보통이라면 탈락이지만, 코웰의 의도는 달랐다.
“다른 노래 해볼 수 있어요?” 샤힌은 마이클 잭슨의 Who’s Loving You를 불렀고 — 객석이 뒤집혔다. 결선 7위에 그쳤지만, 이후 마이클 잭슨 트리뷰트 공연에 출연했고 오프라 윈프리 쇼, 엘런 드제너러스 쇼까지 섭렵했다. 현재는 배우로 전향해 BBC 드라마 《이스트엔더스》, 《캐주얼티》 등에 출연 중이다.
스타브로스 플래틀리 (Stavros Flatley) — 2009년 결선 4위
키프로스계 영국인 아버지(40세)와 아들(12세)의 그리스 민속 댄스 듀오. 이름부터가 이미 개그다 — 아일랜드 댄서 마이클 플래틀리(Michael Flatley)에서 따왔고, ‘스타브로스’는 영국 코미디에서 자주 등장하는 그리스인 캐릭터 이름이다.
진지한 민속 춤인 척하다가 가발을 휙 벗어던지며 웃음을 폭발시키는 이 부자 듀오에게 사이먼 코웰은 “내가 본 댄스 중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라고 했다. 심사위원 알리샤 딕슨은 “가장 아이코닉한 BGT 팀”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우승도 못 했고 노래도 아닌데, 지금도 회자되는 것만으로도 그 존재감이 증명된다.
마치며
BGT를 보고 있으면 하나의 패턴이 보인다. 사람들의 편견이 무너지는 순간이 가장 강렬한 장면이 된다는 것. 핸드폰 매장 직원이 오페라를 부르고, 시골 아주머니가 뮤지컬 넘버로 세상을 울리고, 6살 꼬마가 세계 정상들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
BGT가 18년 넘게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재능은 정말 어디에나 있다는 걸, 매년 직접 증명해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