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는 그녀가, 감동은 우리가.” — Never Enough 한 장면이 두 사람의 인생을 바꿨다.
이 글에서 다루는 내용
- 레베카 퍼거슨이 Never Enough를 직접 부르지 않은 이유
- 완벽한 립싱크를 위해 그녀가 기울인 노력
- 진짜 목소리의 주인공, 로렌 알레드는 누구인가
- 로렌이 BGT에 출연하게 된 사연과 그 이후 이야기
레베카 퍼거슨의 선택: “나는 배우다”
2017년 개봉한 《위대한 쇼맨》에서 레베카 퍼거슨이 연기한 제니 린드의 무대 장면은 영화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스웨덴 출신의 실존 오페라 가수 제니 린드를 연기한 그녀는, 오케스트라를 배경으로 Never Enough를 부르며 관객을 압도한다.
그런데 이 노래, 레베카 퍼거슨이 직접 부른 게 아니다.
레베카는 촬영 전 한 달간 보컬 트레이닝을 받으며 곡을 완전히 익혔다. 하지만 스스로 한계를 인정했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노래를 할 수 있어요. 분명히 할 수 있죠. 그런데 이 곡을 노래할 수는 없어요. 왜냐하면 그렇게 되면 나는 엑스 팩터에서 우승한 리버풀 출신 가수 레베카 퍼거슨이 되는 거니까요. 나는 배우입니다.”
그 대신, 레베카는 실력 있는 세션 싱어의 목소리를 빌려 완벽한 립싱크로 씬을 완성하는 길을 택했다. 그 결과는 놀라울 만큼 설득력 있었다. 지금도 많은 관객이 레베카가 직접 노래를 불렀다고 믿고 있을 정도다.
립싱크도 연기다 — 레베카의 준비 과정
립싱크는 그냥 입만 맞추면 되는 게 아니다. 레베카는 보컬 트레이닝을 통해 곡의 호흡, 강약, 감정의 흐름을 몸에 완전히 익혔다. 오페라 가수 제니 린드라는 캐릭터가 이 노래를 어떻게 느끼는지를 연기로 담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그 장면은 “최근 영화사에서 가장 마법 같은 순간 중 하나”라는 평을 받았다. 목소리는 다른 사람의 것이었지만, 감동은 레베카의 연기에서 나왔다.
레베카 퍼거슨은 이후 2021년 영화 《레미니선스》에서 처음으로 스스로 노래를 불렀다. 공동 주연 휴 잭맨은 “그녀가 정말 잘 했어요. 이번엔 당신 차례예요!”라며 극찬했다.
진짜 목소리의 주인공, 로렌 알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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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ver Enough를 실제로 부른 사람은 로렌 알레드(Loren Allred) 다. 미국 피츠버그 출신의 이 싱어는 원래 배우들이 연습할 수 있도록 레퍼런스 보컬을 녹음하는 세션 역할로 현장에 불려 왔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로렌이 스튜디오에서 노래를 마치자, 레베카 퍼거슨 본인이 먼저 나섰다.
“로렌이 이 노래를 불러야 해요. 저는 립싱크를 할게요.”
레베카가 제안하지 않았다면 로렌의 목소리는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사운드트랙은 전 세계 7개국에서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했고, 2018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이 되었으며 그래미 어워드까지 수상했다. Never Enough는 로렌에게 첫 플래티넘 싱글을 안겨줬다. 하지만 세상은 레베카의 얼굴만 기억했다.
로렌의 이름은 여전히 알려지지 않았다.
”제 목소리를 아시죠, 하지만 제 얼굴은 모르실 거예요”
로렌 알레드는 사실 무명이 아니었다. 2012년 미국 오디션 프로그램 《더 보이스》에 아담 레빈 팀으로 출연한 경험도 있었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이름을 알리는 것에 늘 불편함을 느꼈다고 한다. 무대 뒤에서 노래하는 게 더 편했던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면서 그녀의 생각이 바뀌었다.
“팬데믹이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어요. 일을 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내가 평생 노래를 계속하려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그래서 그녀가 선택한 무대가 바로 브리튼즈 갓 탤런트(BGT) 였다.
BGT 골든 버저 — 그리고 뒤집힌 논란
2022년 4월 16일, 로렌은 BGT 무대에 섰다. 무대 위에서 그녀는 담담하게 털어놨다.
“저의 목소리를 들어보셨을 거예요. 하지만 제 얼굴은 모르실 겁니다. 저는 《위대한 쇼맨》에서 Never Enough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노래를 시작했다. 심사위원 어맨다 홀든은 두 손으로 골든 버저를 눌렀고, 사이먼 코웰은 이렇게 말했다.
“영화에서 다른 사람이 그 노래를 부르는 걸 보면서 정작 인정을 못 받다가, 이제 스스로를 세상에 드러냈어요. 제가 경험한 가장 놀라운 오디션 순간 중 하나입니다.”
다만 논란도 있었다. 이미 업계에서 활동한 전문 가수가 왜 아마추어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오냐는 비판이었다. BGT 측은 즉각 입장을 밝혔다.
“로렌은 많은 이들이 들어봤지만, 그 누구도 이름을 모르는 가수입니다. 그녀에게는 이 무대가 마땅히 주어져야 합니다.”
로렌 본인도 말했다.
“이 모든 세월 동안 저는 알려지고 싶었어요. 이제 그 노래의 얼굴이 될 준비가 됐습니다.”
BGT 오디션 영상은 공개된 후 5천700만 뷰를 돌파했다.
그 이후의 로렌 알레드
BGT 골든 버저 이후 로렌은 세미파이널에서 로렌 데이글의 You Say를 불렀다. 이후 데이비드 포스터의 아시아 투어 공연에 참가하고, EP I Hear Your Voice를 발표하며 솔로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25년에는 BGT 18번째 시리즈 세미파이널 무대에 게스트로 초청되어 시드니 크리스마스와 함께 Over the Rainbow를 열창했다.
그리고 한 가지 재밌는 사실 — 오디션 방영 직전, 프로그램 제작진은 Never Enough를 부른 다른 참가자의 무대를 먼저 내보내고 로렌의 무대를 그 뒤에 붙였다. 원곡자와의 자연스러운 비교 연출이었다.
마치며
Never Enough는 한 편의 영화 OST를 넘어선다. 레베카 퍼거슨의 연기, 로렌 알레드의 목소리, 그리고 두 사람의 신뢰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레베카는 자신의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최선의 선택을 했다. 로렌은 수년간 이름도 없이 들려온 목소리였지만, 결국 자신의 순간을 만들어냈다. 둘 다 프로였다. 그래서 그 장면이 그토록 완벽할 수 있었다.
영화관에서 그 장면을 보며 소름이 돋았다면, 그건 레베카의 연기이기도 하고, 로렌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둘 다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