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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타계 — 그가 남긴 세계와 지금 봐야 할 대표작 총정리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가 2026년 7월 대장암으로 별세했다. 갈릴레오·가가 형사·매스커레이드 3대 시리즈부터 백야행·용의자X의헌신 등 영화화·한국 리메이크작, 입문자를 위한 추천 읽기 순서까지 한 번에 정리했다.

히가시노 게이고 타계 — 그가 남긴 세계와 지금 봐야 할 대표작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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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고 — ’1억 부 작가’가 남기고 간 마지막 원고

2026년 7월 23일 새벽, 일본 추리소설의 대명사와도 같았던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향년 68세. 부고는 장례가 조용히 치러진 뒤인 7월 27일, 소속 출판사 고단샤와 본인 공식 계정을 통해 뒤늦게 공개되었습니다.

오사카에서 태어나 오사카부립대학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원래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일하던 평범한 엔지니어였습니다. 회사원 시절 틈틈이 쓴 소설 「방과 후」로 1985년 제3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늦깎이로 데뷔했고, 이후 41년간 공저를 제외하고 106편의 장편·단편을 발표하며 전 세계 1억 부 이상이 팔린 작가로 성장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유작 안내

타계 직후인 2026년 8월 5일, 생전 마지막으로 완성한 신작 『영원의 기억』이 예정대로 출간됩니다. 작가 스스로는 끝내 보지 못한 자신의 마지막 책입니다.


🔍 트릭에서 사람으로 — 그가 추리소설을 바꾼 방식

데뷔 초 히가시노는 「가면산장 살인사건」 같은 정통 트릭 중심의 본격 미스터리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그를 국민 작가 반열에 올린 진짜 전환점은, ’범인이 누구인가’보다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가’를 파고드는 사회파 추리로 방향을 튼 순간이었습니다.

  • 1999년 『비밀』 —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
  • 2006년 『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과 제6회 본격미스터리대상을 동시 수상한 최초의 작품
  • 2014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주오코론 문예상 수상
  • 2023년 문화 공로를 인정받아 자수포장 수훈

특히 『용의자 X의 헌신』의 나오키상·본격미스터리대상 동시 수상은, “치밀한 트릭”과 “인간 드라마”라는 서로 다른 미덕을 한 작품에 담아낸 이례적 사건으로 지금도 회자됩니다.


🌏 세 개의 세계관 — 어디서부터 읽어도 되는 3대 시리즈

히가시노 본인이 가장 아꼈다고 밝힌 캐릭터들이 이끄는 세 시리즈입니다. 각각 색깔이 뚜렷해서, 취향에 따라 입구를 골라 들어가도 됩니다.

갈릴레오 시리즈 — 유가와 마나부

물리학 천재 유가와 마나부 교수가 과학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사건의 트릭을 논리로 풀어내는 시리즈. 대표작이 바로 『용의자 X의 헌신』입니다.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유가와 역을 맡은 드라마·영화 시리즈로도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가가 형사 시리즈 — 가가 교이치로

형사 가가 교이치로가 니혼바시 일대를 무대로 사건을 해결하는 연작. 트릭보다 인물들의 사연과 가족 관계에 무게를 둔 휴먼 미스터리에 가깝습니다. 『신참자』는 시리즈 안에서도 옴니버스 형식이라 진입 장벽이 낮은 편입니다.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 닛타 고스케

고급 호텔에 잠입 수사를 나간 형사와 프런트 직원이 짝을 이뤄 사건을 풀어가는 시리즈. 『매스커레이드 호텔』(2011)을 시작으로 『매스커레이드 이브』, 『매스커레이드 나이트』, 『매스커레이드 게임』으로 이어지며, 세 시리즈 중 가장 오락성이 강합니다.


🎬 스크린으로 건너간 이야기들 — 일본판과 한국 리메이크

히가시노 작품은 일본 안에서만 20편이 넘게 영상화됐고,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리메이크됐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두 나라가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냈다는 점이 특히 흥미롭습니다.

원작 소설 일본 영상화 한국 리메이크
백야행 (1999)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2009, 박신우 감독 · 한석규·손예진·고수)
용의자 X의 헌신 (2005) 《용의자 X의 헌신》(2008, 후쿠야마 마사하루) 《용의자X》(2012, 방은진 감독 · 류승범·이요원·조진웅)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2012)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2017, 한국 2018 개봉) Disney+ 한국 드라마(2027년 공개 예정)
매스커레이드 호텔 (2011) 《매스커레이드 호텔》(2019) · 《매스커레이드 나이트》(2021, 기무라 타쿠야·나가사와 마사미)

『용의자X』는 특히 자주 비교되는 사례입니다. 일본판이 천재 수학자와 천재 물리학자의 냉정한 두뇌 싸움에 초점을 맞췄다면, 한국판은 한 남자의 헌신적인 사랑과 감정선을 전면에 내세워 전혀 다른 결의 영화가 됐습니다. 원작 팬은 일본판을, 감정 몰입형 스릴러를 좋아하는 관객은 한국판을 더 높게 평가하는 식으로 취향이 갈립니다.

공교로운 타이밍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한국판 드라마는 류승룡·김혜윤·고아성 등 20인 초호화 캐스팅으로 2026년 4월 라인업이 공개됐고, 2027년 Disney+ 공개를 앞두고 있습니다. 원작자가 세상을 떠난 직후 공개되는 작품이라 더 애틋하게 다가옵니다.


🗺️ 작품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본 여행지

소설을 읽고 나면 그 배경이 된 장소가 궁금해지기 마련입니다. 히가시노 작품 중에는 실제로 찾아갈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 오사카 이쿠노구(大阪市生野区) — 히가시노 게이고가 나고 자란 고향이자, 『백야행』의 배경이 된 오사카 도심 정서가 짙게 깔린 지역입니다. 소설 속 전당포 살인사건도 오사카를 무대로 합니다.
  • 오이타현 분고타카다시 쇼와노마치(昭和の町)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2017)의 실제 촬영지입니다. 쇠퇴하던 상점가를 2001년부터 쇼와 30년대 풍경으로 되살린 레트로 거리로, 영화 속 나미야 잡화점이 있던 광장과 도리이가 그대로 남아 있고, 잡화점 세트도 기간 한정으로 재현된 적이 있습니다.
  • 도쿄 니혼바시 로얄파크호텔 — 『매스커레이드 호텔』·『매스커레이드 나이트』 속 가상의 호텔 ’코르테시아 도쿄’의 실제 모델입니다. 히가시노가 취재 협력을 받은 호텔이자 영화 내부 촬영지이기도 해서, 실제로 묵으며 소설 속 프런트 풍경을 그대로 체험해볼 수 있습니다.

여행 팁

공식 ‘성지순례’ 코스로 정비된 곳은 아니지만, 세 곳 모두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방문지입니다. 특히 분고타카다 쇼와노마치는 규슈 여행 코스에 끼워 넣기 좋은 소도시라 접근성도 나쁘지 않습니다.


📚 처음 읽는다면 이 순서로

작품 수가 워낙 많다 보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수 있습니다. 추리소설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부담 없이 진입할 수 있는 순서로 추천합니다.

  1.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무선) 표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무선)

4.5히가시노 게이고 (지은이), 양윤옥 (옮긴이)현대문학

16,920원

추리물이라기보다 따뜻한 판타지에 가까워 장르 진입 장벽이 가장 낮습니다.

  1. 『용의자 X의 헌신』
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표지

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4.5히가시노 게이고 (지은이), 양억관 (옮긴이)재인

16,920원

히가시노의 정점. 나오키상·본격미스터리대상을 동시에 받은 이유를 바로 체감할 수 있습니다.

  1. 『백야행』 (국내판 1·2권 구성): 사회파 추리의 최고봉. 분량이 길고 정서적으로 무거우니 앞의 두 편을 먼저 읽고 도전하는 걸 추천합니다.
백야행 1 - 하얀 어둠 속을 걷다 표지

백야행 1 - 하얀 어둠 속을 걷다

4.5히가시노 게이고 (지은이), 김난주 (옮긴이)재인

17,820원

백야행 2 - 하얀 어둠 속을 걷다 표지

백야행 2 - 하얀 어둠 속을 걷다

4.0히가시노 게이고 (지은이), 김난주 (옮긴이)재인

17,820원

  1. 『신참자』
신참자 표지

신참자

4.5히가시노 게이고 (지은이), 김난주 (옮긴이)재인

16,920원

가가 형사 시리즈 입문작. 단편 연작 형식이라 가볍게 읽힙니다.

  1. 『매스커레이드 호텔』
매스커레이드 호텔 표지

매스커레이드 호텔

4.0히가시노 게이고 (지은이), 양윤옥 (옮긴이)현대문학

18,000원

순수하게 오락적 재미를 원한다면. 호텔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추리극이라 몰입도가 높습니다.


🔚 마치며

엔지니어에서 작가로, 트릭 중심의 본격 미스터리에서 사람을 파고드는 사회파 추리로 — 히가시노 게이고는 40년 넘게 스스로를 갱신하며 ’읽히는 추리소설’이 무엇인지 증명해온 작가였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금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한국판 드라마처럼 그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새로운 얼굴로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아직 그의 작품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면, 지금이 딱 좋은 시작점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