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를 정의한 거장들이 무대에서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 빈자리를 채우는 얼굴들과, 여전히 판을 흔들고 있는 현역들을 한 번에 정리합니다.
2026년, 두 거장의 퇴장
올해 글로벌 비즈니스 무대의 가장 큰 뉴스는 단연 ‘세대교체’입니다.
워런 버핏은 2025년 말을 끝으로 60년간 지켜온 버크셔 해서웨이 CEO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올해 1월 1일부터는 오랜 후계자 그레그 아벨이 지휘봉을 잡았고, 지난 5월 열린 주주총회는 사상 처음으로 버핏이 단상에 없는 주총이 됐습니다. 버핏은 “그레그는 내가 하던 모든 걸 하고 있고, 모든 면에서 더 잘하고 있다”는 말과 함께 명예회장으로 물러났습니다.
팀 쿡도 뒤를 따릅니다. 애플은 지난 4월 20일, 쿡이 15년 만에 CEO에서 물러나고 하드웨어 수장 존 터너스가 9월 1일부로 지휘봉을 잡는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빈자리를 완벽히 채우고 애플을 시가총액 수조 달러 기업으로 키워낸 쿡은 이사회 의장으로 한 발 물러납니다.
두 사람이 어떤 인물인지 궁금하다면, 마침 잘 만들어진 영상물이 하나씩 있습니다. 버핏의 검소한 일상과 투자 철학을 담은 HBO 다큐멘터리, 그리고 쿡이 물려받은 유산의 주인공을 그린 대니 보일 감독의 전기 영화입니다.
거장들의 시대가 저무는 지금, 당장 세계 자본과 기술, 소비 트렌드를 최전선에서 쥐고 흔드는 진짜 현역 리더 15명을 엄선했습니다.
⚡ 테크 & AI — 판을 흔드는 사람들
1. 일론 머스크 (Tesla / SpaceX) — 역대 최대 합병, 그리고 상장

정부 관료로서의 외도(DOGE)를 마치고 본업에 복귀한 머스크는 “향후 5년은 테슬라에 헌신하겠다”고 선언했고, 그 말이 무색하지 않은 한 해를 보내는 중입니다.
올해 2월, SpaceX가 xAI(그록과 X 플랫폼 포함)를 흡수 합병하며 기업가치 1조 2,500억 달러, 역대 최대 규모의 합병을 성사시켰습니다. 명분은 ‘궤도 데이터센터’ — 폭증하는 AI 수요를 우주에서 받아내겠다는 구상입니다. 그리고 지난 6월 12일, 합병 법인은 나스닥에 데뷔했습니다. 우주, AI, 소셜 플랫폼을 하나의 상장사로 묶은 셈입니다. 테슬라에서는 FSD 기반 로보택시와 저가형 신차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2. 젠슨 황 (NVIDIA) — AI 시대의 절대 권력

가죽 재킷이 시그니처인 젠슨 황은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다투는 기업을 이끕니다. 엔비디아는 단순한 칩 제조사가 아니라 ‘CUDA 생태계’라는 거대한 해자를 구축했고, 빅테크들의 운명이 그의 칩 배정 순서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993년 창업 이래 33년째 회사를 직접 이끄는, 이 리스트에서 가장 롱런 중인 창업자 CEO이기도 합니다.
3. 사티아 나델라 (Microsoft) — 조용한 혁신가

윈도우 중심의 무거웠던 마이크로소프트를 클라우드(Azure)와 AI(OpenAI 파트너십) 중심으로 완벽하게 체질 개선시킨, 21세기 최고의 전문 경영인으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2014년 취임 이후 시가총액을 10배 이상 키웠음에도 언론 앞에 요란하게 나서는 일이 드뭅니다. 온화한 인품과 냉철한 전략을 겸비한 리더십의 교과서입니다.
4. 마크 저커버그 (Meta) — 불사조라 불리는 리더
한때 메타버스 올인 전략으로 주가가 폭락하며 “저커버그의 시대는 끝났다”는 조롱까지 들었지만, 오픈소스 AI(Llama 시리즈)와 효율화 전략으로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트렌드를 읽는 동물적인 감각과 과감한 실행력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19세에 하버드 기숙사에서 페이스북을 만든 창업 스토리는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 아론 소킨 각본의 《소셜 네트워크》 입니다. 아카데미 3관왕에 오른 수작이지만, 정작 저커버그 본인은 “기숙사에서 코딩한 것 말고는 맞는 게 없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죠. 창업자의 야망과 배신을 그린 영화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절반쯤은) 이해하는 데 이만한 작품이 없습니다.
5. 샘 올트먼 (OpenAI) — 생성형 AI 패러다임의 설계자
상장사 CEO는 아니지만 세계 기술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는 인물입니다. 챗GPT로 촉발된 생성형 AI 혁명을 주도하며, 수천억 달러 단위의 인프라 투자 유치와 정부 규제 논의의 한복판에서 가장 뜨거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2023년 이사회에 의해 해임됐다가 닷새 만에 복귀한 드라마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6. 순다르 피차이 (Alphabet / Google) — 거대 공룡의 조타수
검색 중심의 비즈니스를 AI 퍼스트 기업으로 전환하는 거대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AI 경쟁에서 밀렸다”는 평가를 제미나이(Gemini)의 약진으로 뒤집었고, 지난 6월에는 알파벳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에 편입되며 상징적인 이정표까지 세웠습니다. 유튜브와 클라우드도 안정적으로 확장 중입니다.
🔩 반도체 & 인프라 — 보이지 않는 지배자들
7. 리사 수 (AMD) — 부도 위기 기업을 살려낸 턴어라운드의 전설
2014년 취임 당시 AMD는 파산설이 공공연히 돌던 회사였습니다. 리사 수는 CPU(라이젠)와 GPU(인스팅트)를 중심으로 회사를 완전히 재건했고, 재임 기간 주가는 수십 배로 뛰었습니다. 지금은 엔비디아의 유일한 대항마로서 AI 가속기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합니다. 참고로 젠슨 황과는 먼 친척 관계라는, 반도체 업계의 유명한 트리비아도 있습니다.
8. 웨이저자 / C.C. Wei (TSMC) — 글로벌 반도체의 숨은 신
엔비디아, 애플, AMD의 최첨단 칩을 도맡아 생산하는 TSMC의 회장 겸 CEO입니다. 대중적 인지도는 낮지만, 글로벌 공급망의 생사여탈권을 쥔 인물이라는 점에서 영향력은 이 리스트의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습니다. AI 칩 수요 폭발의 최종 수혜자이자, 지정학 리스크의 최전선에 선 인물이기도 합니다.
9. 래리 엘리슨 (Oracle) — 클라우드 왕국의 백전노장
1977년 오라클을 창업한 엘리슨은 CEO 자리에서 물러난 지 오래지만(현재는 클레이 마구어크·마이크 시칠리아 공동 CEO 체제), 회장 겸 CTO로서 실질적인 방향타를 쥐고 있는 거물입니다. AI 데이터센터 수요 폭발을 정확히 예측해 수천억 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수주 잔고를 쌓았고, 80대의 나이에 세계 부호 순위 최상위권으로 뛰어올랐습니다. 올드 테크의 저력이란 이런 것입니다.
☕ 리테일 & 소비 트렌드 — 지갑을 여는 사람들
10. 브라이언 니콜 (Starbucks) — 소비재 턴어라운드의 신화
타코벨과 치폴레를 극적으로 부활시킨 그가 2024년 위기의 스타벅스에 구원투수로 등판했습니다. ‘Back to Starbucks’라는 이름의 턴어라운드 전략 — 메뉴 단순화, 4분 내 음료 제공, 매장 경험 복원 — 은 올해 들어 성과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글로벌 동일매장 매출이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고, 본인 입으로 “예정보다 앞서가고 있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이제 시장의 질문은 하나입니다. 매출 다음은 이익인가?
11. 앤디 재시 & 제프 베이조스 (Amazon) — 커머스와 클라우드의 제국
창업자 베이조스는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나 우주(블루 오리진)에 집중하고 있지만, 그의 ‘고객 집착’ 철학은 현 CEO 앤디 재시를 통해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AWS를 만든 장본인인 재시는 AI 인프라 투자와 물류 자동화라는 두 개의 거대한 베팅을 동시에 진행 중입니다.
12. 베르나르 아르노 (LVMH) — 명품 제국의 황제
루이비통, 디올, 티파니 등 75개 브랜드를 거느리며 세계 명품 트렌드를 사실상 독점하는 인물입니다. 기술 기업이 아님에도 세계 부호 순위 최상위권의 단골이며, ‘캐시미어를 입은 늑대’라는 별명처럼 냉혹한 인수합병의 대가입니다. 다섯 자녀 간 후계 구도는 명품업계 최대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 자본 & 금융 — 돈의 흐름을 결정하는 사람들
13. 제이미 다이먼 (JPMorgan Chase) — 월스트리트의 왕
2006년부터 20년째 JP모건을 이끌어온 미국 금융업계의 최장수 CEO입니다. 경제 위기 때마다 정부가 조언을 구하는 인물로, 그의 연례 주주서한 한 줄이 글로벌 자본 시장의 분위기를 바꿉니다. 매년 은퇴설이 나오지만, 여전히 왕좌에 있습니다.
14. 래리 핑크 (BlackRock) — 자본주의의 보이지 않는 손
운용자산 12조 달러가 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수장입니다. 전 세계 주요 기업의 지분을 대량 보유하고 있어, 매년 그가 CEO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은 글로벌 기업들의 경영 방향(AI 도입, 지속가능성, 지배구조)을 사실상 강제하는 힘을 가집니다.
15. 제인 프레이저 (Citigroup) — 월가의 유리천장을 깬 혁신가
월스트리트 대형 은행 최초의 여성 CEO입니다. 시티그룹의 방대하고 복잡한 글로벌 사업 구조를 과감하게 단순화하고 대규모 조직 개편을 밀어붙이며, 만년 저평가에 시달리던 시티의 체질을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마치며
정리하면
버핏의 은퇴, 팀 쿡의 퇴장, 머스크의 역대급 합병과 상장까지 — 2026년의 글로벌 비즈니스 판도는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입니다. 여기 소개한 15인의 이름은 곧 여러분 포트폴리오 속 기업들의 방향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포트폴리오나 관심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리더는 누구인가요? 댓글로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