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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 원은 왜 명작이고 한 솔로는 왜 망했나 — 만도버스와 스타워즈의 미래

〈로그 원〉과 〈한 솔로〉, 같은 스핀오프인데 왜 이렇게 다를까요. 그리고 〈만달로리안〉부터 시작된 '만도버스'가 스타워즈판 어벤져스를 향해 달려가는 지금, 가장 완성도 높은 드라마 〈안도르〉가 그 대통합에 합류하지 못하는 이유까지 파헤칩니다.

시리즈

우리가 스타워즈에 열광하는 이유

3편
  1. 1 스타워즈, 한 번도 안 본 당신을 위한 입문 가이드
  2. 2 왜 스타워즈는 4편부터 시작했고, 7·8·9편은 왜 그렇게 됐을까
  3. 3 로그 원은 왜 명작이고 한 솔로는 왜 망했나 — 만도버스와 스타워즈의 미래 현재
로그 원은 왜 명작이고 한 솔로는 왜 망했나 — 만도버스와 스타워즈의 미래

시퀄 트릴로지(에피소드 7~9)가 팬덤을 둘로 나눠놓은 사이, 디즈니는 극장용 스핀오프 영화 두 편을 공개합니다. 결과는 극과 극이었습니다. 한 편은 스타워즈 역사상 가장 완성도 높은 전쟁 영화로 회자되고, 다른 한 편은 감독 해고와 대규모 재촬영이라는 잔혹사를 남겼습니다. 그리고 그 혼란 속에서, 스타워즈의 진짜 부활은 뜻밖의 곳에서 시작됩니다.

명작과 망작의 한 끗 차이

로그 원: 포스 없는 전쟁

Rogue One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Rogue One, 2016)는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 바로 직전 이야기입니다. 반란군의 희생적인 요원들이 데스 스타 설계도를 훔쳐내는 작전, 오리지널 트릴로지를 가능하게 만든 그 사건을 다룹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차별점은 주인공 중 포스를 쓰는 제다이가 한 명도 없다는 것입니다. 초능력 없는 인간들이 처절한 전장을 누비며 목숨을 겁니다. 그 무게감이 다릅니다.

그리고 그 영화에는 지금도 전설처럼 회자되는 장면이 있습니다.

Rogue One - Vader Scene

다스 베이더의 복도 씬.

영화의 막바지, 어두운 우주선 복도에서 광선검을 켠 다스 베이더가 등장합니다. 반란군 병사들은 공포에 질려 도망치고, 베이더는 그들을 하나씩 쓰러뜨립니다. 짧은 장면이지만, 이 악당이 왜 은하계 전체가 두려워하는 존재인지를 처음으로 ‘제대로’ 보여준 순간이었습니다. 오리지널 삼부작에서는 그 무서움을 설명했다면, 여기서는 직접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이 장면에는 무서움 이상의 것이 있습니다. 베이더가 병사들을 쓰러뜨리는 동안, 설계도가 담긴 데이터 카트리지는 병사에서 병사의 손으로 전달되며 간신히 탈출 우주선에 오릅니다. 그 우주선이 도킹한 모함의 이름은 탄티브 IV(Tantive IV).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의 첫 장면에서 베이더의 우주선에 나포되는 바로 그 배입니다. 즉, 로그 원의 마지막 프레임과 에피소드 4의 첫 프레임이 단 한 장면의 끊김도 없이 이어집니다.

팬들이 전율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단순히 베이더가 강하다는 게 아니라, 48년 전에 개봉한 영화의 오프닝이 갑자기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레아 공주는 어떻게 저 설계도를 손에 넣었을까?”라는 질문에 이 영화 전체가 답이 되는 것입니다.

한 솔로: 감독 교체의 잔혹사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Solo, 2018)는 오리지널 트릴로지의 인기 캐릭터 한 솔로의 젊은 시절을 그립니다. 기획 자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제작 과정이었습니다.

당초 연출을 맡았던 필 로드(Phil Lord)와 크리스 밀러(Christopher Miller)가 촬영 도중 디즈니와의 의견 충돌로 해고됩니다. 이미 전체 분량의 70% 이상을 찍은 시점이었습니다. 대신 론 하워드(Ron Howard)가 급하게 투입돼 대부분을 재촬영했습니다.

결과는 흥행 참패였습니다. 스타워즈 시리즈 최초로 제작비를 극장 수익으로 회수하지 못한 작품이 됐습니다. 원인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지만, 팬들이 가장 많이 꼽는 것은 “왜 해리슨 포드가 아닌 다른 배우로 봐야 하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로그 원 vs 한 솔로 한 줄 비교

로그 원은 “왜 이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를 명확히 알았고, 한 솔로는 그 답을 끝내 찾지 못했습니다.


만도버스의 탄생: 드라마가 영화를 구했다

만달로리안이 바꾼 것

2019년, 디즈니+의 론칭과 함께 공개된 드라마 〈만달로리안〉(The Mandalorian)은 말 그대로 반전이었습니다. 시퀄 트릴로지에 지쳐 있던 팬덤이 다시 스타워즈에 열광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로구(Grogu), 일명 ‘베이비 요다’의 존재. 그리고 그를 지키는 과묵한 만달로리안 전사의 묵직한 서사. 설명 대신 보여주고, 거창한 말 대신 행동으로 증명하는 방식이 오리지널 트릴로지의 감각을 되살렸습니다.

Jon Favreau와 Dave Filoni가 이끄는 이 드라마의 성공은 디즈니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극장용 블록버스터가 아닌, 스트리밍 시리즈를 중심으로 한 세계관 확장.

디즈니의 빅픽처: 스타워즈판 어벤져스

현재 진행 중인 드라마 시리즈들을 보면 디즈니의 계획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시리즈주인공위치
〈만달로리안〉딘 자린(Din Djarin) + 그로구만도버스 핵심
〈보바 펫의 서〉보바 펫(Boba Fett)만도버스 연결
〈아소카〉아소카 타노(Ahsoka Tano)만도버스 핵심
〈만달로리안 & 그로구〉딘 자린 + 그로구극장판 (예정)

이 시리즈들은 모두 같은 시간대(에피소드 6 이후)를 배경으로 하며, 캐릭터들이 서로의 시리즈에 등장하고 교차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하나의 최종 빌런이 있습니다.

쓰론 대제독: 스타워즈의 타노스

쓰론 대제독(Grand Admiral Thrawn). 팬덤에서 오랫동안 ‘스타워즈 최강의 빌런’으로 불려온 캐릭터가 드디어 실사로 등장했습니다.

그는 포스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광선검도 없습니다. 그의 무기는 전략적 지성입니다. 적의 문화와 예술을 분석해 심리를 파악하고, 전장 전체를 체스판처럼 읽어내는 천재 전략가입니다. 마블의 타노스가 압도적인 힘으로 위협했다면, 쓰론은 두 수 앞을 내다보는 계산으로 상대를 무너뜨립니다.

〈아소카〉 시리즈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는, 만도버스 전체를 관통하는 최종 보스로 설정돼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맞서기 위해 아소카 타노, 만달로리안, 그리고 팬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진짜 제다이들이 한 데 모이는 극장판 통합 영화가 예정돼 있습니다.


안도르: 이 대통합에 합류하지 못하는 이유

그런데 여기서 가슴이 좀 아픈 이야기가 있습니다.

〈안도르〉(Andor)는 현재 공개된 스타워즈 드라마 중 가장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입니다. 화려한 우주 전투 대신 제국의 지배 아래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반란이 어떻게 싹트는지를 그린 진지한 정치 드라마입니다.

그런데 안도르는 만도버스 통합 대서사에 합류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타임라인이 다릅니다.

안도르는 〈로그 원〉 이전 이야기, 즉 에피소드 4보다 5년 전을 다룹니다. 만도버스는 에피소드 6 이후를 배경으로 합니다. 시간적으로 수십 년 차이가 납니다. 안도르의 주인공 카시안 안도르(Cassian Andor)는 이미 〈로그 원〉에서 그 결말을 맞았고, 따라서 그가 만달로리안이나 아소카와 나란히 서는 일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스포일러

〈로그 원〉 결말에 대한 언급이 포함돼 있습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입니다. 스타워즈에서 가장 잘 만든 시리즈인데, 팬들이 그토록 원하는 ‘대통합 이벤트’에는 구조적으로 낄 수 없습니다. 안도르는 따로, 혼자, 그 자체로 완결됩니다.

어쩌면 그것이 오히려 안도르를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타워즈는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만달로리안 & 그로구〉 극장판, 쓰론을 중심으로 한 만도버스 피날레, 그리고 그 너머의 이야기들. 50년 가까이 된 프랜차이즈가 아직도 새로운 신화를 쓰고 있습니다.

우리가 스타워즈에 열광하는 이유는, 어쩌면 이 이야기가 끝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May the Force be with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