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는 독일 ‘올해의 게임상’ 수상작 위주로 명작 보드게임을 정리했다. 그런데 정작 미국에서 보드게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회사는 상을 노리는 쪽이 아니라, 상관없이 팔리는 클래식을 잔뜩 쥐고 있는 쪽이다. 바로 나스닥에 상장된 완구·게임 대기업 해즈브로(Hasbro). 모노폴리, 클루, 리스크, 트위스터… 어릴 때 한 번쯤 해봤을 게임들이 대부분 이 회사 브랜드 아래 있다.
해즈브로는 어떤 회사인가
- 1923년,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에서 하센펠드 삼형제(Hassenfeld Brothers)가 섬유 자투리를 팔던 잡화점으로 출발했다.
- 처음엔 학용품(연필통 등)을 만들다가 1940년대부터 장난감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 1968년 사명을 Hasbro Industries로, 1983년 지금의 Hasbro, Inc. 로 정리했다.
- 나스닥(NASDAQ) 상장사, 티커는 HAS.
- 본사는 로드아일랜드주 포터킷(Pawtucket).
- 보드게임 외에도 트랜스포머, 마이 리틀 포니, G.I. Joe, 너프, 플레이도(Play-Doh) 같은 완구 라인을 함께 갖고 있다.
인수로 완성한 보드게임 왕국
해즈브로가 지금처럼 보드게임 시장을 장악한 건 자체 개발보다는 굵직한 인수 덕분이다. 회사 하나를 사들일 때마다 그 회사가 갖고 있던 클래식 게임들이 통째로 딸려 왔다.
| 시기 | 인수 대상 | 가져온 대표 게임/브랜드 |
|---|---|---|
| 1984 | 밀턴 브래들리(Milton Bradley) | 캔디랜드, 트러블, 트위스터, 오퍼레이션, 커넥트4, 구스후, 배틀쉽 |
| 1991 | 파커 브라더스(Parker Brothers) | 모노폴리, 리스크, 쏘리!, 클루(Cluedo) |
| 1990년대 말 | 위저즈 오브 더 코스트(Wizards of the Coast) | 매직 더 개더링, 던전 앤 드래곤 |
| 2000년대 후반 | 트리비얼 퍼슛 전 세계 판권 | 트리비얼 퍼슛 |
| 2019 | 이원(eOne) | 페파 피그 등 어린이 콘텐츠(영화·TV 부문은 2023년 라이온스게이트에 재매각) |
밀턴 브래들리와 파커 브라더스, 이 두 인수만으로도 지금 알고 있는 ‘국민 보드게임’ 대부분이 설명된다.
지금도 잘 팔리는 해즈브로 대표 보드게임
| 게임 | 장르 | 브랜드 계보 | 권장 연령 | 난이도 |
|---|---|---|---|---|
| 모노폴리 | 경제/주사위 | 파커 브라더스 | 8세 이상 | 쉬움 |
| 클루 (Cluedo) | 추리 | 파커 브라더스 | 8세 이상 | 쉬움 |
| 리스크 | 전쟁/전략 | 파커 브라더스 | 10세 이상 | 보통 |
| 쏘리! | 주사위 레이스 | 파커 브라더스 | 6세 이상 | 쉬움 |
| 트리비얼 퍼슛 | 퀴즈 | 별도 인수 | 12세 이상 | 보통 |
| 배틀쉽 | 추리/전략 | 밀턴 브래들리 | 7세 이상 | 쉬움 |
| 커넥트4 | 추상 전략 | 밀턴 브래들리 | 6세 이상 | 쉬움 |
| 구스후 | 추리 | 밀턴 브래들리 | 6세 이상 | 쉬움 |
| 트위스터 | 파티/신체 | 밀턴 브래들리 | 6세 이상 | 쉬움 |
| 오퍼레이션 | 반사신경 | 밀턴 브래들리 | 6세 이상 | 쉬움 |
| 매직 더 개더링 | TCG | 위저즈 오브 더 코스트 | 13세 이상 | 어려움 |
| 던전 앤 드래곤 | TRPG | 위저즈 오브 더 코스트 | 12세 이상 | 어려움 |
모노폴리

부동산을 사고팔며 상대를 파산시키는, 아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보드게임. 재밌는 건 원래 파커 브라더스가 발명한 게임이 아니라는 점이다. 1904년 엘리자베스 매기가 만든 ’지주 게임(The Landlord’s Game)’이 원형이고, 이걸 찰스 대로우라는 사람이 각색해 특허를 낸 뒤 1935년 파커 브라더스에 팔면서 지금의 모노폴리가 됐다. 지금은 도시별·테마별 에디션이 셀 수 없이 많아서, 오히려 ’오리지널 룰 그대로 해본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렵다.
클루 (Clue)

저택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의 범인·무기·장소를 추리해 맞히는 게임. 원래는 영국 회사 워딩턴스(Waddingtons)가 만들었고, 미국에서는 파커 브라더스가 ’클루(Clue)’라는 이름으로 냈다. 해즈브로가 두 회사를 모두 인수하면서 지금은 전 세계 판권을 다 갖고 있다.
리스크

세계 지도를 놓고 영토를 넓혀가는 전쟁 보드게임의 원조 격. 진짜 지정학을 다루는 건 아니지만, “이 나라를 침공할까 말까”를 몇 시간씩 고민하게 만드는 몰입감 때문에 지금도 장시간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꾸준히 소환된다.
매직 더 개더링 & 던전 앤 드래곤

둘 다 원래 다른 회사(각각 리처드 가필드, TSR)가 만든 게임인데, 해즈브로가 1990년대 말 위저즈 오브 더 코스트를 인수하면서 한 지붕 아래로 들어왔다. 매직 더 개더링은 트레이딩 카드 게임(TCG) 장르 자체를 만든 게임이고, 던전 앤 드래곤은 테이블탑 롤플레잉 게임(TRPG)의 원조다. 보드게임이라기보다는 각자 하나의 장르를 대표하는 존재에 가깝다.

정리하면, 해즈브로는 게임을 직접 만드는 회사라기보다 좋은 게임과 좋은 회사를 알아보고 사들이는 데 능한 회사에 가깝다. 다음에 모노폴리나 클루를 할 일이 있으면 “이거 원래 다른 회사 게임이었는데 해즈브로가 사들인 거야”라는 말 한마디 얹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